본문 바로가기

부동산 경매/경매 공부

경매 공부 #6 — 감정가를 믿어도 되는지 보는 법

감정평가서를 처음 열었을 때 스물한 장짜리 PDF가 나왔습니다. 표지, 요항표, 위치도, 사진, 도면…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어요. 두 시간 걸렸고, 정작 알고 싶던 건 못 얻었습니다.

지금은 한 면부터 펼칩니다. 「감정평가액의 산출근거 및 결정 의견」입니다. 보통 3면에서 8면 사이에 있어요.

거기에 감정평가사가 어떤 거래를 근거로 이 값을 매겼는지가 표로 적혀 있습니다. 그 표 하나로 감정가를 믿어도 되는지가 갈립니다. 지난 편(경매 공부 #5)에서 인수 물건은 감정가의 정확도가 성패를 가른다고 썼는데, 정작 그걸 어떻게 알아보는지는 안 다뤘더라고요. 그 이야기입니다.

사례표에서 볼 것은 네 가지입니다

거래사례 표를 볼 때 제가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볼 것 좋은 신호 나쁜 신호
어느 단지 같은 단지 다른 단지
언제 거래 몇 달 전 1년 이상 전
사정보정 1.00 (정상거래) 보정이 크다
시점수정 지수 근거가 붙어 있다 거의 보합 처리

여기에 하나 더, 기준시점을 봅니다. 감정평가서 앞쪽에 「가격기준일」로 적혀 있어요. 이 날짜가 오래됐으면 그 사이 시세가 움직였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본 물건 중에는 기준시점이 22개월 전인 것도 있었습니다.

정직한 감정평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성웅아파트 감정평가서에서 본 것입니다.

항목 내용
적용 사례 같은 단지 10층, 전용 59.92㎡
거래금액 1억 7,300만 (2025.04.24)
사정보정 1.00
시점수정 0.99700
기준시점 2025.05
감정가 1억 7,600만

같은 단지, 같은 평형, 한 달 전 거래입니다. 사례 출처도 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적혀 있고, 시점수정은 경기 경부2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근거로 0.3% 내렸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더 볼 게 없습니다. 실제로 같은 동·같은 층이 2026년 5월에 1억 8,000만원에 팔렸으니, 감정가가 시세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봤습니다

같은 처인구 물건인데 해비치타운은 정반대였습니다.

항목 내용
적용 사례 다른 단지 (더이글링)
거래시점 2023.07 (기준시점보다 16개월 전)
시점수정 1.1% 하락뿐
기준시점 2024.11.14
감정가 2억 1,900만

사례 선정 사유는 「인근 유사 구분건물」이라는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여기서 걸린 게 하나 있었어요. 감정 기준시점 이틀 뒤인 2024년 11월 16일, 같은 단지에서 거래가 있었습니다. ㎡당 393만원이었고요. 감정평가서는 그 거래를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고른 것이 다른 단지의 1년 반 전 거래였고, 그 단가가 ㎡당 604만원이었습니다.

같은 건물 거래를 놔두고 왜 다른 단지 것을 썼는지는 서류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감정평가서 거래사례가 같은 단지인지 다른 단지인지에 따라 감정가가 갈리는 사례 비교 도식 (직접 작도)

숫자로 확인해 봤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서 그 단지 거래를 전부 뽑아 ㎡당 단가로 환산했습니다.

기준 ㎡당 단가
감정평가액 617만
중개거래 2건 평균 약 396만
3회차 최저매각가 302만

감정가가 같은 단지 중개거래 단가보다 56% 높았습니다. 감정가의 절반 값까지 유찰된 물건이 사실은 시세와 별 차이가 없었던 셈입니다.

감정가가 의심되면 이렇게 대조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에서 단지명으로 검색하면 됩니다. 제가 지키는 것 세 가지만 적어둡니다.

  1. 직거래는 빼고 봅니다 — 가족 간 거래나 법인 거래가 섞이면 값이 위아래로 크게 벌어집니다. 해비치타운도 직거래 두 건이 577만·423만원으로 튀었고, 중개거래 두 건만 393만·399만원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2. 같은 평형이 없으면 ㎡당 단가로 환산합니다 — 다만 소형일수록 단가가 높은 게 보통이라 이 환산은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범위를 넓게 잡습니다
  3. 몇 건인지 셉니다 — 거래가 서너 건뿐이면 그건 시세가 아니라 참고치입니다

감정평가서에서 건지는 것이 또 있습니다

산출근거만 보고 덮기엔 아깝습니다. 제가 실제로 건진 것들입니다.

  • 내부구조도 — 방이 몇 개인지 여기서 확정됩니다. 해비치타운은 도면을 보고서야 침실 두 칸을 확인했어요. 장모님 모실 집을 찾는 중이라 이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 위치도 — 「본건」이 빨간 상자로 표시돼 있습니다. 지도 앱에서 번지를 찍는 것보다 정확합니다
  • 내부 사진 — 벽지 상태, 새시, 생활 흔적까지 나옵니다. 수리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 건축물대장 개요 — 사용승인일, 주구조, 전유·공용·대지권 면적이 정리돼 있습니다

읽는 순서

정리하면 이렇게 봅니다.

  1. 가격기준일을 확인한다 — 지금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2. 산출근거 면을 펼쳐 거래사례 표를 본다 — 같은 단지인가, 언제 거래인가
  3. 시점수정과 사정보정의 근거가 적혀 있는지 본다
  4. 국토부 실거래로 대조한다 — 감정가가 시세 안에 있는가
  5. 그다음에 도면·사진·위치도를 본다

1번에서 4번까지는 십 분이면 됩니다. 두 시간 걸려 처음부터 읽던 때보다 훨씬 많이 얻고 있어요.

마무리

감정가는 법원이 정한 출발선이지 시세가 아닙니다. 유찰이 반복돼 최저가가 반값이 됐다는 말도, 그 출발선이 정확했을 때만 반값입니다. 출발선이 시세보다 한참 위에 그어져 있으면 반값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요.

양지포레스토리에서 처음 그걸 겪었고, 해비치타운에서 한 번 더 겪고 나서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감정가를 보고 물건을 고르는 게 아니라, 실거래를 먼저 보고 감정가를 검증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매각물건명세서를 언제 어디서 보고 무엇부터 읽는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기일 1주 전에야 공개되는 서류인데, 제가 본 물건 중에는 이것 하나로 실질 매수가가 1억 3,000만원씩 갈리는 것도 있었습니다.

 

※ 이 글에 나오는 감정평가서 내용은 법원경매정보에서 공개된 자료를 직접 읽고 정리한 것입니다. 실거래 수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2026년 9월 4일과 5일에 조회했습니다. ㎡당 단가 환산과 시세 추정은 제가 계산한 값이며,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판단할 자격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개별 물건은 반드시 원본 서류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