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처인구 물건 아홉 건을 몰아서 봤습니다. 그중 최저가가 감정가의 24% 까지 떨어진 게 두 건이었어요. 숫자만 보면 둘 다 "반의반 값"입니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한 건은 사면 손해가 확정되고, 다른 한 건은 시세보다 2,400만원 싼 물건이었습니다. 같은 24%인데 결과가 정반대였어요.
왜 그런지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저처럼 경매를 이제 막 배우는 분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인수가 뭔가요
법원 물건 정보에 이런 문장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인이 있음. 배당에서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아니하면 잔액을 매수인이 인수함.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은 채로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붙는 문구입니다. 그 세입자에게 대항력이 있으면, 낙찰자가 와도 "보증금 받기 전엔 못 나간다"고 버틸 수 있습니다. 경매 대금에서 그가 보증금을 다 못 받으면 모자란 만큼을 낙찰자가 물어줘야 합니다.
대항력이 무엇이고 어떤 날짜를 봐야 하는지는 경매 공부 #1에 적어뒀습니다. 여기서는 그 다음 이야기, 그래서 얼마를 내게 되는가를 다루겠습니다.
낙찰가를 낮춰도 총액이 안 줄어듭니다
제가 처음에 크게 착각했던 부분입니다. "유찰이 반복되면 그만큼 싸게 사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인수 물건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금 2억원짜리 물건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래 숫자는 경매비용을 감안해 어림한 값입니다.
| 낙찰가 | 세입자 배당 | 매수인 인수액 | 내는 총액 |
| 1억 2,000만 | 1억 1,700만 | 8,300만 | 2억 300만 |
| 8,000만 | 7,700만 | 1억 2,300만 | 2억 300만 |
| 5,000만 | 4,700만 | 1억 5,300만 | 2억 300만 |

낙찰가를 절반 이하로 낮춰도 총액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낙찰 대금이 세입자에게 배당으로 갑니다. 낙찰가가 내려가면 배당도 같이 줄고, 줄어든 만큼 인수액이 늘어납니다. 결국 낙찰가와 인수액을 더한 값은 보증금 언저리에서 고정됩니다.
그래서 인수 물건에서 봐야 할 숫자는 최저가가 아니라 이겁니다.
실질 매수가 = 낙찰가 + 인수액
그러면 언제 사도 되는가
기준은 하나뿐입니다.
실질 매수가가 시세보다 낮은가?
낮으면 계산이 맞는 것이고, 높으면 사는 순간 손해가 확정됩니다. 유찰이 몇 번이든, 몇 퍼센트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을 실제로 가르는 것은 감정가의 정확도였습니다.
인수액은 (보증금 − 배당)이고, 배당의 재원은 낙찰 대금입니다. 낙찰 대금의 천장은 감정가고요. 감정가가 실제 시세보다 높게 매겨져 있으면 그 오차만큼 손해가 구조적으로 고정됩니다. 반대로 감정가가 시세와 맞으면 인수를 떠안아도 셈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중 세 건을 나란히 놓으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사건이 분명합니다.
| 물건 | 감정가 | 실질 매수가 → 시세 | 판정 |
| 소아르힐 | 시세보다 38% 높음 | 2억 500만 → 1억 6,700만 | ❌ 3,800만 손해 |
| 아이홈 302호 | 시세와 비슷 | 2억 4,300만 → 1.8~2.16억 | ❌ 손해 |
| 에이스카운티 | 시세와 일치 | 2억 6,300만 → 2억 8,700만 | ✅ 2,400만 이득 |
앞의 두 건은 최저가가 24%, 49%까지 내려갔는데도 답이 안 나옵니다. 세 번째는 같은 24%인데 계산이 맞습니다.
차이는 감정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했느냐 하나였습니다.
소아르힐은 감정 기준시점이 1년 8개월 전이었고, 그 사이 같은 단지 값이 25% 빠졌습니다. 에이스카운티는 감정가 2억 8,000만원인데 같은 동·같은 층이 두 달 전에 2억 8,700만원에 팔렸고요.
확약서가 나오면 판이 바뀝니다
인수 물건에는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보증기관이 확약서를 내는 경우입니다.
전세보증 사고가 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기관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물어주고 그 채권을 넘겨받습니다. 그 기관이 이런 서류를 내는 일이 있습니다.
우선변제권만 주장하고 대항력은 포기하며, 전액을 변제받지 못하더라도 임차권등기를 말소하겠다
받을 몫은 배당에서 받되, 못 받은 부분을 낙찰자에게 묻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 한 장으로 인수가 0이 됩니다.
같은 건물에서 이게 갈린 사례를 봤습니다. 아이홈 102동의 202호와 302호는 소유자도 같고 보증금(2억 3,500만)도 같고 감정가(2억 2,000만)도 거의 같은데, 202호에만 확약서가 있어서 인수가 없고 302호는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확약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나
저도 그 생각을 했는데, 답을 우원아파트에서 찾았습니다.
| 기일 | 최저가 |
| 2026.06.08 | 3,481만 (24%) — 인수 때문에 여기까지 |
| 2026.06.09 | 보증기관이 확약서 제출 |
| 2026.07.13 | 1억 4,500만 (100%) — 감정가부터 다시 |
확약서가 들어오자 법원이 매각조건 변경으로 보고 최저가를 감정가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24%를 노리고 기다린 사람은 다시 100%부터 봐야 합니다. "바닥까지 기다렸다 줍는다"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인수 문구가 없으면 안심해도 되나
이것도 아니었습니다. 효천마을신안인스빌은 임차인이 직접 경매를 신청한 사건인데도 물건비고에 인수 문구가 없었습니다.
문구가 없다는 게 인수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항력이 있는지는 명세서의 「최선순위 설정일」과 임차인 전입일을 나란히 놓고 봐야 확정됩니다. 그 물건은 인수 여부에 따라 실질 매수가가 1억 3,720만원과 2억 6,500만원으로 갈립니다. 차이가 1억 3,000만원이에요.
법원 물건비고는 요약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명세서를 봐야 끝납니다.
정리하면, 이 순서로 봅니다
인수 문구가 붙은 물건을 만났을 때 제가 밟는 순서입니다.
- 보증금이 얼마인지 찾는다 — 물건비고에 금액이 적힌 경우가 있고(에이스카운티가 그랬습니다), 없으면 청구금액으로 가늠하되 명세서로 확정한다
- 같은 단지·같은 평형 실거래를 찾는다 —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같은 동·같은 층 거래가 있으면 최고의 근거다
- 감정가와 실거래를 비교한다 — 감정 기준시점이 언제인지 반드시 본다. 1~2년 전이면 그 사이 값이 움직였을 수 있다
- 실질 매수가(낙찰가 + 인수액)를 계산해 시세와 견준다
- 문건접수내역에서 확약서를 확인한다 — 있으면 인수가 사라지고, 없다가 나오면 값이 리셋된다
- 명세서로 최종 확인한다 — 기일 1주 전 공개
여기에 더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 교부청구 건수를 센다. 세무서·시청이 낸 교부청구가 많으면 체납이 크다는 뜻이고, 당해세가 먼저 배당되면 세입자 배당이 줄어 인수액은 오히려 커집니다. 소아르힐은 아홉 건이었습니다
- 인수액은 대출이 안 됩니다. 경락잔금대출은 낙찰가 기준으로만 나옵니다. 에이스카운티는 계산이 맞았지만 2억을 현금으로 넣어야 해서 저는 접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취득세는 낙찰가 기준으로 매깁니다. 시세 2억 8,700만원짜리를 6,722만원에 낙찰받으면 취득세가 316만원에서 74만원으로 줄어듭니다.
다만 인수한 보증금이 취득가액에 포함되는지는 실무상 다툼이 있다고 하니, 실제 입찰 전에 세무 상담을 받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저도 여기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마무리
경매를 시작하고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이겁니다. 싼 것과 살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24%라는 숫자는 할인이 아니라 "여기 뭔가 있다"는 표시였습니다. 법원이 물건비고에 인수 문구를 적어두는 것도 친절이 아니라 경고였고요. 값이 이상하게 싸면 왜 싼지부터 찾는 게 순서라는 걸, 그 아홉 건을 계산하면서 몸으로 알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감정평가서를 어디부터 읽는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아홉 건을 보면서 어떤 감정평가서는 같은 단지 두 달 전 거래를 사례로 쓴 반면, 어떤 건 다른 단지 1년 반 전 거래 하나로 값을 매겼더라고요. 그 차이를 알아보는 법을 써보겠습니다.
※ 이 글의 개념 설명은 일반적인 내용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권리관계는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직접 확인하셔야 하고, 판단이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인용한 사건의 숫자는 2026년 9월 5일 법원경매정보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한 것이며, 인수액은 제가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실제 배당은 법원이 정합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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