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물건을 들여다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얼마가 있어야 이걸 살 수 있나. 아이 넷을 키우다 보니 목돈이라고 부를 만한 게 많지 않아서, 저는 이 계산을 꽤 진지하게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00만 원으로 입찰은 됩니다. 문제는 낙찰된 다음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초보가 거의 다 걸린다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방공제라는 건데, 이걸 모르고 입찰하면 잔금을 못 내고 보증금을 통째로 날립니다.
입찰보증금은 최저가의 10%입니다
법원에 입찰하러 갈 때 들고 가는 돈은 최저매각가격의 10%입니다. 낙찰가의 10%가 아니라 최저가 기준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1억 원짜리 물건에 1억 2천만 원을 써서 내도 보증금은 1,000만 원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수중에 1,000만 원이 있으면 최저가 1억 원짜리까지 입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본 김량장동 빌라가 최저가 1억 780만 원이었으니 딱 그 언저리 물건들이 대상이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낙찰되면 보통 한 달 안에 나머지 90%를 내야 합니다. 못 내면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하고 몰수됩니다. 그 물건은 다시 경매에 나오는데, 그때는 보증금이 20%로 올라갑니다. 재매각 물건의 보증금이 20%라고 적혀 있으면 앞사람이 잔금을 못 냈다는 뜻입니다.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전부입니다
잔금은 보통 경락잔금대출로 냅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다른 점은 소유권이 넘어오기 전에 실행된다는 것입니다. 한도는 감정가의 60%와 낙찰가의 80% 중 낮은 쪽입니다.
감정가 2억 2천만 원짜리를 1억 원에 낙찰받았다고 해보겠습니다. 감정가의 60%는 1억 3,200만 원, 낙찰가의 80%는 8,000만 원이니 한도는 8,000만 원입니다. 자기 돈 2,000만 원이면 되겠네, 하고 계산이 끝나면 좋겠지만 여기서 한 번 더 깎입니다.

방공제 — 안 나오는 돈이 미리 빠집니다
은행은 담보로 잡은 집에 나중에 소액임차인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그 사람이 최우선변제로 받아갈 수 있는 금액을 미리 대출에서 뺍니다. 이걸 방공제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임차인이 없어도 뺍니다.
금액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 지역 | 차감액 |
| 서울특별시 | 5,500만 원 |
| 과밀억제권역, 용인·화성·김포·세종 | 4,800만 원 |
| 광역시,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 2,800만 원 |
| 그 밖의 지역 | 2,500만 원 |
제가 물건을 보는 용인은 4,800만 원입니다. 아까 계산한 8,000만 원에서 이걸 빼면 실제로 손에 쥐는 대출은 3,200만 원입니다. 80%인 줄 알았던 대출이 32%가 됐습니다.
| 항목 | 방공제 적용 | 보험 가입 시 |
| 낙찰가 | 1억 원 | 1억 원 |
| 대출 한도 | 8,000만 원 | 8,000만 원 |
| 방공제 차감 | -4,800만 원 | 없음 |
| 실제 대출 | 3,200만 원 | 8,000만 원 |
| 필요한 내 돈 | 6,800만 원 | 2,000만 원 |
MCI와 MCG가 뭔가요
오른쪽 칸을 가능하게 하는 게 MCI와 MCG입니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외계어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면 단순합니다.
은행이 방공제를 하는 이유는 나중에 이 집에 소액임차인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은행보다 먼저 돈을 받아가기 때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떼일 수 있으니 미리 빼두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떼일 몫을 누군가 대신 물어주겠다고 하면 은행은 뺄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 역할을 하는 보험이 MCI와 MCG입니다.
| 구분 | MCI | MCG |
| 이름 | 모기지신용보험 | 모기지신용보증 |
| 파는 곳 | 서울보증보험 | 한국주택금융공사 |
| 누가 가입하나 | 은행이 단체로 가입해 둔 걸 얹어주는 방식이 많습니다 | 대출받는 사람이 보증료를 내고 신청합니다 |
| 제한 | 세대당 건수 제한이 있습니다 | 소득과 주택 수 요건이 붙습니다 |
둘 중 뭘 쓰는지는 사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은행 창구에서 방공제 없이 한도를 다 쓸 수 있는지만 물어보면 담당자가 알아서 붙여줍니다. 보험료는 대출액의 0.05~0.2% 수준이라 8,000만 원을 빌린다면 몇만 원에서 십몇만 원 사이입니다. 4,80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게 되는 값으로는 싼 편입니다.
오해하기 쉬운데 이건 세입자를 보호하는 보험이 아닙니다. 은행이 손해 볼 몫을 메워주는 보험이고, 보험료는 대출받는 사람이 냅니다. 그리고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다른 집에 썼거나 신용 조건이 안 맞으면 거절되고, 은행마다 취급 여부도 다릅니다. 1,000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느냐는 사실상 이게 되느냐로 결정됩니다.
빌라는 MCI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제가 늦게 안 게 있습니다. 빌라와 다세대는 아파트보다 MCI가 훨씬 잘 막힙니다. 제가 보는 물건이 대부분 빌라라서 남 일이 아니었어요.
이유는 은행이 빌라 담보를 아파트만큼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매달 거래되니 시세가 명확한데, 빌라는 거래가 뜸해서 값을 매기기 어렵습니다. 제가 분석했던 역북동 빌라는 열아홉 세대 통틀어 매매 실거래가 아예 없었습니다. 이런 물건은 은행이 시세를 보수적으로 잡거나, 아예 MCI 취급을 안 하기도 합니다.
| 아파트 | 빌라·다세대 | |
| MCI 취급 | 대체로 원활합니다 | 은행·지점에 따라 거절되는 일이 잦습니다 |
| 담보 시세 | KB시세 등으로 명확합니다 | 시세가 없으면 감정을 다시 하거나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
| 방공제 횟수 | 보통 세대당 한 번 | 은행에 따라 방 개수만큼 잡기도 합니다 |
마지막 줄이 특히 무섭습니다. 방 두 개짜리에 방공제를 두 번 잡으면 용인 기준으로 9,600만 원이 빠집니다. 1억 원짜리 물건에서 대출이 거의 안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건 은행마다 기준이 달라서 미리 물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빌라를 볼 거라면 대출 상담이 아파트보다 더 앞에 와야 합니다. 저는 이제 관심 물건이 생기면 그 주소를 들고 은행에 먼저 물어보려고 합니다. 이 집으로 얼마까지 나오는지, MCI가 되는지, 방공제를 몇 번 잡는지 세 가지만 확인하면 입찰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모든 이야기는 경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일반 매매로 빌라를 살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방공제는 경매 제도가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나오는 것이라, 은행이 담보로 잡는 순간 경매든 매매든 같은 계산을 합니다. 오히려 시세대로 사는 일반 매매에서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계약금까지 치고 나서 잔금이 모자란 걸 알게 되면 늦습니다.
잊기 쉬운 돈이 또 있습니다
잔금만 내면 끝이 아닙니다. 1억 원짜리를 낙찰받았다고 하면 대략 이만큼이 더 듭니다.
| 취득세·지방교육세 | 낙찰가의 1.1~1.3% (전용 85㎡ 초과면 농특세가 붙습니다) → 110~130만 원 |
| 법무비 | 소유권이전과 근저당 설정으로 50~100만 원 |
| 명도비 | 이사비 협의로 100~500만 원. 협의가 안 되면 인도명령과 강제집행 비용 |
| 미납 관리비 | 공용부분은 낙찰자가 승계합니다. 관리사무소에 미리 물어봐야 합니다 |
| 수리비 | 오래 비어 있던 집은 보일러와 배관부터 봐야 합니다 |
다 합치면 1억 원짜리에 최소 300~500만 원이 더 듭니다. 그러니까 MCI가 되더라도 2,500만 원 안팎은 있어야 1억 원짜리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00만 원이면 얼마짜리를 볼 수 있나
거꾸로 계산해보면, MCI가 되고 소득이 뒷받침된다는 전제에서 낙찰가 4,000만 원대가 1,000만 원으로 감당되는 선입니다. 자기 돈 800만 원에 부대비용 20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그 가격대 주거용 물건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용인 처인구 공고를 전부 훑었을 때 최저가가 가장 낮았던 게 8,400만 원짜리 구옥 빌라였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지분이나 특수물건처럼 초보가 손대기 어려운 쪽으로 가야 그 가격이 나옵니다.
DSR도 변수입니다. 2026년 기준 1금융권은 DSR 40% 안에서만 대출이 나오고 금리는 4.5~6.5% 수준입니다. 소득이 적으면 담보가 충분해도 한도가 막힙니다.
제가 정한 순서
그래서 저는 물건부터 고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은행에 먼저 갑니다. 경락잔금대출 상담을 받아서 MCI 가입이 되는지, 제 소득으로 DSR 한도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면 입찰 가능한 금액이 바로 나옵니다. 그다음에 그 금액에 맞는 물건을 찾는 게 순서더라고요.
반대로 하면 이렇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에 입찰해서 낙찰받고, 은행에 갔더니 방공제 때문에 대출이 반토막 나고, 잔금을 못 내서 보증금을 날립니다. 대출 한도를 모른 채 입찰하는 것이 이 판에서 제일 위험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1,000만 원으로 무리하게 시작하는 것보다 1~2년 더 모으면서 임장을 다니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명세서 읽는 법도 손에 익고, 동네 시세도 몸으로 알게 됩니다. 저도 아직 입찰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은 서류로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여기 적은 대출 조건은 은행마다, 지점마다, 그리고 시점마다 다릅니다. 숫자는 참고용으로만 보시고 반드시 직접 상담받아 보세요. 서류를 어디서 어떻게 떼는지는 지난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최우선변제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기준이고, 대출 한도와 금리는 2026년 9월 공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세율과 한도는 바뀔 수 있습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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