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물건을 훑다 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숫자가 있습니다. 감정가 2억 4,200만원짜리가 5,810만원에 나와 있으면 누구라도 한 번은 멈춥니다. 24%니까요.
그런데 이 물건은 그 값에서도 안 팔렸습니다. 네 번 유찰됐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왕산리, 소아르힐 105동 502호. 2024타경102324입니다. 왜 아무도 안 사는지 숫자로 따라가 봤습니다.
법원이 미리 적어둔 한 줄
물건 정보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인이 있음. 배당에서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아니하면 잔액을 매수인이 인수함."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이 집에는 보증금을 못 받은 세입자가 살고 있고, 그 세입자는 낙찰자에게 "내 보증금 주기 전엔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경매로 팔린 돈에서 그 사람이 보증금을 다 못 받으면, 남은 금액은 낙찰자가 물어줘야 합니다.
이 사건의 청구금액은 1억 9,700만원입니다. 경매를 신청한 사람이 바로 그 세입자예요. 보증금을 못 받아서 판결을 받고 집을 경매에 넘긴 겁니다.
낙찰가를 낮춰도 실제로 내는 돈은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제가 처음에 헷갈렸던 걸 적어두겠습니다. 저는 "값이 내려가면 그만큼 싸게 사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인수 물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 경우 모두 총액이 2억 언저리다. 파란 점선(시세)보다 오른쪽에서 끝난다
보증금을 1억 9,700만원으로 놓고 계산해 봤습니다. (명세서가 아직 안 나와서 청구금액을 보증금으로 가정한 추정입니다.)
| 낙찰가 | 세입자가 배당받는 돈 | 낙찰자가 떠안는 돈 | 실제로 내는 총액 |
|---|---|---|---|
| 5,810만 (5회차) | 약 5,000만 | 약 1억 4,700만 | 약 2억 500만 |
| 8,300만 (4회차) | 약 7,400만 | 약 1억 2,300만 | 약 2억 600만 |
| 1억 1,858만 (3회차) | 약 1억 900만 | 약 8,800만 | 약 2억 700만 |
낙찰가를 아무리 낮춰도 총액이 2억 언저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낙찰가가 내려가면 세입자가 받는 배당도 같이 줄고, 그만큼 낙찰자가 떠안는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걸 계산하고 나서야 "24%"라는 숫자가 왜 아무 의미가 없는지 알았습니다. 값이 내려간 게 아니라, 낙찰가와 인수액의 비율만 바뀐 것이었어요.
그러면 시세는 얼마인가
문제는 그 2억이 시세보다 비싸다는 데 있습니다.
이 단지에서 실제로 오간 값을 국토교통부 자료로 확인해 봤습니다.
| 계약일 | 동 | 전유㎡ | 층 | 거래금액 | 거래유형 |
|---|---|---|---|---|---|
| 2022.02.07 | 101동 | 50.66 | 4 | 2억 2,250만 | 중개거래 |
| 2024.03.15 | 105동 | 31.76 | 5 | 1억 5,000만 | 직거래 |
| 2024.05.11 | 105동 | 31.76 | 3 | 1억 5,000만 | 직거래 |
| 2026.04.06 | 101동 | 50.66 | 5 | 1억 6,700만 | 중개거래 |
대상은 105동 53.24㎡ 5층입니다. 마지막 줄의 101동 50.66㎡ 5층과 면적도 층도 거의 같습니다. 올해 4월에 1억 6,700만원에 팔렸어요.
| 기준 | 금액 |
|---|---|
| 같은 단지 최신 중개거래 (2026.04) | 1억 6,700만 |
| 인수까지 더한 실제 매수가 | 약 2억 500만 |
시세보다 3,800만원 비쌉니다. 낙찰받는 순간 손해가 확정되는 구조예요. 그래서 네 번을 유찰해도 입찰자가 없었던 겁니다.
한 가지 더 눈에 걸린 건 감정가였습니다. 2억 4,200만원인데 기준시점이 2025년 1월입니다. 지금은 2026년 9월이니 1년 8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같은 단지 거래가 1억 6,700만원으로 나왔습니다. 2022년에 2억 2,250만원이던 게 4년 만에 25% 빠진 셈입니다. 감정가는 현재 시세가 아닙니다.
세금이 배당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문건접수내역을 보다가 한 가지를 더 발견했습니다. 세무서와 시청에서 낸 교부청구가 아홉 건이었습니다. 체납이 그만큼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당해세는 세입자보다 먼저 배당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세입자 몫이 줄고, 줄어든 만큼 낙찰자가 떠안는 금액이 커집니다.
실제로 세입자 쪽에서 올해 4월에 이런 서류를 냈습니다.
국세안분적용신청서 · 지방세안분적용신청서
당해세를 나눠서 계산해 달라는 신청입니다. 세금이 자기 배당을 먹어치우는 걸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혔습니다. 이런 다툼이 있으면 배당이 어떻게 갈릴지 더 불확실해지고, 그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낙찰자 몫이 됩니다.
집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해를 피하려고 덧붙이면, 물건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 항목 | 내용 |
|---|---|
| 전유면적 | 53.24㎡ (분양 약 64.34㎡) |
| 구조 | 방 3 · 거실 · 주방 · 욕실 2 · 현관 · 발코니 |
| 준공 | 2019년 |
| 층 | 5층 중 5층 |
| 대지권 | 594분의 58.253 |
2019년에 지은 집이고 53㎡에 방 셋에 욕실이 둘입니다. 알찬 구성이에요. 감정평가서의 건물개황도를 보니 5층에 501·502·503 세 세대가 있고 502호는 남측이었습니다.
문제는 집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좋은 집도 권리가 꼬이면 살 수 없다는 걸 이 물건이 보여줍니다.
위치는 모현읍 왕산리, 왕산2리마을회관 북측입니다. 감정평가요항표는 주위환경과 교통을 모두 "보통"으로 적었습니다. 경안천 동쪽 산과 농지에 둘러싸인 지역이라 생활 인프라는 얇은 편으로 보입니다. 저는 입찰할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도보 거리는 재지 않았습니다.
사남매아빠의 시선
경매를 공부하면서 제일 크게 바뀐 생각이 이겁니다. 싼 것과 살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처음엔 낙찰가만 봤습니다. 5,810만원이면 우리 형편에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인수액을 더해보니 2억이 넘었고, 시세는 1억 6,700만원이었습니다. 숫자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법원이 물건비고에 인수 문구를 적어두는 건 친절이 아니라 경고입니다. 24%라는 숫자는 할인이 아니라 "여기 뭔가 있다"는 표시고요. 값이 이상하게 싸면 왜 싼지부터 찾는 게 순서라는 걸 이 물건에서 배웠습니다.
「대항력」이라는 말이 낯설다면 경매 공부 #1을 먼저 보시면 이 글이 훨씬 쉽게 읽힐 겁니다.
입찰 정보
| 항목 | 내용 |
|---|---|
| 사건번호 | 2024타경102324 (부동산강제경매) |
| 소재지 |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왕산리 631-4, 모산로 31-10 · 105동 502호 |
| 용도 | 다세대 |
| 전유면적 | 53.24㎡ (5층 중 5층) |
| 준공 | 2019년 |
| 감정가 / 최저가 | 2억 4,200만 / 5,810만 (24%) |
| 입찰보증금 | 581만 400원 |
| 매각기일 | 2026.09.18 (금) 10:00 |
| 매각 장소 | 수원지방법원 제101호 법정 |
| 담당 | 수원지방법원 경매2계 |
명세서는 기일 1주 전인 9월 11일쯤 공개됩니다. 보증금 확정액이 거기서 나오면 위 계산도 정확해집니다. 다만 결론이 뒤집힐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 날짜·금액·권리관계는 법원경매정보의 사건내역·기일내역·문건접수내역과 감정평가서 원본((주)대화감정평가법인)을 직접 읽어 옮긴 것입니다. 거래 내역은 2026년 9월 5일에 국토부 공개시스템에서 뽑았습니다. 인수액 계산은 청구금액을 보증금으로 가정한 추정이며, 실제 배당은 법원이 정합니다.
※ 이 사건을 법원에서 직접 확인하려면 —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 경매물건 → 경매사건검색 → 수원지방법원 / 2024 / 102324 (경매2계)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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