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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경매 공부

경매 공부 #8 — 명세서 한 장에 결론이 뒤집힙니다

엿새 전에 올린 물건 글을 오늘 통째로 고쳐 썼습니다. 제목까지 바꿨습니다.

용인 양지면의 33㎡짜리 빌라였는데, 처음 글을 쓸 때 제가 붙잡았던 건 청구금액이었습니다. 감정가가 9,200만 원인데 청구금액이 1억 원. 낙찰돼도 신청채권자에게 돌아갈 몫이 없으니 경매가 취소될 수 있는 구조 아닌가 — 그 이야기로 글을 채웠습니다.

그때는 매각물건명세서가 아직 안 열려 있었습니다. 감정평가서에는 "임대관계 등은 미상"이라고만 적혀 있었고요.

기일 일주일 전이 되어 명세서가 열렸습니다. 원문을 받아 읽고 나서, 제가 쓴 글이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 칸이 바꿔 놓은 것

명세서 임차인 표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칸 기재
보증금 100,000,000원
전입신고일자 2021.09.30
최선순위 설정 2024.02.16
비고 이 임차인이 곧 경매신청채권자

보증금이 1억 원입니다. 감정가 9,200만 원보다 큽니다. 그리고 비고란 한 줄 — 이 집에 사는 사람이 곧 경매를 신청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돌아갈 몫이 없다"고 걱정했던 그 채권자가, 사실은 보증금을 못 받은 세입자였던 겁니다.

전입이 최선순위보다 2년 4개월 앞서니 대항력이 있습니다. 배당으로 못 받은 보증금은 낙찰자가 떠안습니다. 계산해 보니 낙찰가를 얼마로 쓰든 실제로 내는 돈이 1억 200만 원 언저리에 고정됐습니다. 추정 시세는 9,600만 원이었고요.

취소 여부를 따질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값을 아무리 깎아도 답이 안 나오는 물건이었고, 그 사실이 명세서 한 장에 들어 있었습니다.

명세서에서 볼 곳은 다섯 칸입니다

여러 번 읽다 보니 눈이 가는 자리가 정해지더라고요. 저는 이 순서로 봅니다.

① 최선순위 설정 — 표 위쪽 가운데에 있습니다. 날짜와 권리 종류(가압류·근저당·경매개시결정)가 적힙니다. 이게 기준선입니다.

② 점유자 표의 「전입신고일자」 — 임차인이 있으면 여기 날짜가 뜹니다. ①과 이것만 비교해도 대항력 여부가 갈립니다.

③ 보증금 — 인수해야 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감정가와 나란히 놓고 봅니다.

④ 「매각으로 그 효력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 — 표 아래쪽입니다. 여기가 비어 있으면 등기상 인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뭔가 적혀 있으면 그게 전부 낙찰자 몫입니다.

⑤ 비고란 — 짧지만 결정적인 문장이 들어갑니다. 제가 겪은 "이 임차인이 곧 경매신청채권자"도 여기 있었고, 다른 물건에서는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인이 있음. 배당에서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아니하면 잔액을 매수인이 인수함"이 통째로 들어 있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확인할 다섯 칸을 표시한 도식 (직접 작도)

※ 명세서에서 보는 순서

날짜 세 개를 나란히 놓습니다

대항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날짜 셋을 늘어놓으면 보입니다.

날짜 어디에 있나
최선순위 설정일 명세서 (권리 내용·금액은 등기부)
전입신고일 다음 날 0시 명세서·현황조사서
확정일자 명세서

전입 다음 날이 최선순위보다 앞서면 대항력이 있습니다. 앞선 물건에서 전입이 2021년 9월 30일이었으니 대항력은 10월 1일 0시에 생기고, 최선순위는 2024년 2월 16일이었습니다. 두 해 넘게 앞서니 판정은 명확했습니다.

「다음 날 0시」를 빼먹으면 하루 차이로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계산 방법은 대항력과 말소기준권리 편에, 인수액이 실제로 얼마가 되는지는 인수 물건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최선순위 설정일·전입일·확정일자 세 날짜를 겹쳐 읽는 법 도식 (직접 작도)

※ 날짜 세 개를 겹쳐 읽는 법

화면으로 읽으면 틀립니다

이건 제가 실제로 틀렸던 이야기라 꼭 남기고 싶습니다.

고림동의 한 아파트를 볼 때, 법원 사이트 화면에 뜬 명세서를 그대로 읽고 최선순위를 2008년 11월 24일, 임차인 전입을 2002년으로 적었습니다. 그 숫자대로면 임차인이 6년 앞서니 대항력이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나중에 명세서를 PDF로 받아 다시 보니 2020년 11월 24일과 2022년 9월 15일이었습니다. 전입이 오히려 뒤였고, 대항력 판정이 통째로 뒤집혔습니다. 화면에서는 숫자가 작고 흐려서 0과 8, 0과 2를 잘못 봤던 겁니다.

명세서는 문서뷰어로 열리는데, 뷰어 아래쪽에 「파일저장」 버튼이 있습니다. 문서 목록 왼쪽 체크박스를 켜고 그 버튼을 누르면 PDF로 저장됩니다. 저는 이제 화면으로는 훑기만 하고, 판단은 반드시 저장한 PDF로 합니다. 클릭 두 번이면 되는 일이고, 이걸 건너뛰면 억 단위를 잘못 셉니다.

아직 안 열렸으면 현황조사서를 봅니다

명세서는 기일 1주 전에야 열립니다. 그전에도 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현황조사서는 2주 전부터 열립니다.

오늘 분석한 광주 퇴촌면 물건이 그랬습니다. 명세서는 아직인데 현황조사서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항목 기재
부동산임대차정보 임대차관계 0명
점유관계 채무자(소유자)점유
기타 폐문부재로 아무도 만나지 못해 안내문을 문틈에 끼워 둠. 전입세대확인서·주민등록표상 소유자 세대 외에 다른 세대가 등재되어 있지 않음

집행관이 전입세대확인서까지 떼서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임차인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잠정입니다. 앞서 뒤집힌 물건도 감정평가서에는 "임대관계 미상"으로만 적혀 있었거든요. 그 물건은 현황조사 단계에서 이미 임차인이 잡혀 있었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정본은 명세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퇴촌면 물건도 기일 일주일 전에 명세서를 다시 볼 생각입니다.

명세서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명세서만 보고 안심하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유치권 신고는 명세서의 "소멸하지 않는 등기" 칸에 안 나올 수 있습니다. 등기되는 권리가 아니니까요.

그건 문건/송달내역에서 봅니다. 사건검색 화면의 탭 하나인데, 누가 무슨 서류를 언제 냈는지가 줄줄이 적힙니다. "유치권신고서 제출" 같은 줄이 있으면 그때부터 따로 봐야 합니다. 배당요구가 실제로 접수됐는지도 여기서 확인됩니다.

정리하면 이 순서입니다

  1. 기일이 일주일 안쪽인지 본다 — 아니면 명세서가 없는 게 정상이다
  2. 명세서를 PDF로 저장한다
  3. 최선순위 설정일과 전입신고일을 나란히 적는다 (전입은 다음 날 0시)
  4. 보증금을 감정가·최저가와 비교한다
  5. "소멸하지 않는 등기" 칸과 비고란을 읽는다
  6. 문건/송달내역에서 유치권 신고를 확인한다
  7. 여기까지 하고도 입찰을 검토할 물건이면 그때 등기부를 뗀다

명세서를 못 봤으면 물건 값이 싸 보여도 판단을 미룹니다. 발행까지 해 둔 글을 엿새 만에 다시 쓴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