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빌라가 있나 싶어 경매 목록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을 넘길수록 이상했습니다. 같은 건물 주소가 계속 나오는 겁니다. 3층301호, 3층302호, 3층303호… 페이지를 넘겨도 같은 주소였습니다.
세어 보니 한 건물에서 43개 호실이 한꺼번에 경매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건비고에 이런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0조 제1항에 의해 전세사기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음
이런 문구는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하나를 끝까지 들여다봤습니다.
한 건물, 43호실
| 항목 | 내용 |
| 사건번호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3타경60281 (경매10계) |
| 사건명 | 부동산강제경매 |
| 소재지 |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정천서로2길 13 (선부동, 도원스위트빌2) |
| 매각 대상 | 2층201호 ~ 10층1003호, 43개 호실 |
| 감정가 합계 | 65억 6,600만 |
| 최저가 합계 | 32억 1,734만 (49%) |
| 직전 기일 | 2026.08.25 전 호실 유찰 |
| 다음 기일 | 2026.10.06 |
| 접수 | 2023.08.18 · 개시결정 2023.08.25 |
호실 대부분이 도시형생활주택 원룸형입니다. 감정가가 대체로 1억 5,000만 원, 지금 최저가는 7,350만 원입니다. 2층 201호만 예외적으로 큰데 「사무실과 작업장으로 이용중」이고 감정가 6억 200만 원입니다.
2023년 8월에 시작된 사건입니다. 3년째 끌고 있고, 이번에 49%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서 숫자 하나가 눈에 걸립니다. 청구금액이 5,026만 원입니다. 5천만 원을 받겠다고 시작된 절차에 건물 한 동이 통째로 들어와 있습니다. 중복사건이 두 건(2024타경50298·50359) 더 붙어 있고요.
※ 43호실을 물건비고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물건비고가 여섯 갈래였습니다
43개 호실의 비고를 하나씩 읽었더니 여섯 종류로 갈렸습니다.
| 유형 | 호실 수 | 물건비고 |
| ① | 1 | 사무실과 작업장으로 이용중임 |
| ② | 18 |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임 |
| ③ | 6 | + 전세사기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음 |
| ④ | 1 | + 2024.4.24. 우선매수신고서 제출 |
| ⑤ | 1 | + 2025.12.23. 우선매수신고서 제출 |
| ⑥ | 16 | + 우선매수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게 양도되었음 |
43호실 중 24호실에 우선매수권이 걸려 있습니다. 그중 16호실은 그 권리가 이미 LH로 넘어갔습니다.
우선매수권이 뭔가
찾아보니 2023년에 만들어진 제도였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0조는,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된 임차인이 자기가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매각기일까지 「최고가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금액으로 사겠다」고 신고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면 법원은 최고가를 쓴 사람이 따로 있어도 그 피해자에게 매각을 허가합니다.
이게 일반 입찰자에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이 집을 조사하고, 시세를 대조하고, 입찰가를 정해서 법정에 갔다고 칩시다. 제가 최고가를 썼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우선매수 신고를 해 두었다면 그분이 제가 쓴 값에 그대로 가져갑니다. 저는 값을 정해 준 사람이 될 뿐입니다.
인수 물건 편에서 다룬 공유자우선매수권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다만 그쪽은 물건비고에 「1회로 제한」이라는 특별매각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의 비고에는 그런 제한 문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우선매수권이 작동하는 순서

이미 신고서를 낸 호실이 있습니다
④와 ⑤가 그렇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0조 제1항에 의해 2024.4.24. 우선매수신고서 제출
같은 조항에 의해 2025.12.23. 우선매수신고서 제출
「행사할 수 있음」과 「제출」은 다릅니다. 앞은 가능성이고, 뒤는 이미 서류가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 두 호실은 입찰해도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LH로 넘어간 16호실
가장 많은 유형이 이것이었습니다.
본 건물은 '전세사기피해자주택'으로 피해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게 양도되었음 (전세사기 피해자도 우선매수권 행사가능)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LH에 넘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LH가 대신 낙찰받아 그 집을 공공임대로 돌리고, 피해자는 살던 집에 계속 사는 구조입니다 [확인필요 — 세부 절차는 LH 안내를 봐야 합니다].
16호실이 이 상태입니다. 3층304호, 3층306호, 4층401호, 4층403호, 5층502호, 5층504·505·506호, 6층601호, 6층604호, 7층706호, 8층801·802·803호, 9층902호, 10층1003호.
한 건물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안산 전체로 보면
이 사건만 특이한 건가 싶어 안산지원 매각예정물건을 전부 훑었습니다. 주거용·최저가 1억 5천만 원 이하로 걸었더니 280건이 나왔고, 그중 35건에 전세사기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 구분 | 건수 |
| 전체(주거용·1.5억 이하) | 280 |
| 전세사기 관련 | 35 |
| — 그중 도원스위트빌2 | 24 |
| — 나머지 (11개 사건에 분산) | 11 |
35건 중 24건이 이 한 건물이었습니다. 나머지 11건은 원일2길·매화로3길·선삼로6길·부곡동·신길동·사동·월피동·와동 등에 하나씩 흩어져 있었습니다.
원일2길 32-1(2023타경5154)의 비고는 이렇습니다.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이용중임 · 전세사기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음 · 재매각임. 특별매각조건 매수신청보증금 최저매각가격의 20%
재매각까지 붙어 있습니다. 앞서 낙찰받은 사람이 잔금을 안 냈다는 뜻입니다.
사남매아빠의 시선 — 처음엔 안산에 살 만한 빌라가 있나 보려고 목록을 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주소가 계속 나오길래 세어 보다가, 43이라는 숫자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원룸 감정가가 1억 5,000만 원이니 그 집들에 살던 분들의 보증금도 그 언저리였을 겁니다. 마흔세 집이면 마흔세 가구고요. 저는 여섯 식구 살 집을 찾느라 몇 주째 목록을 넘기고 있는데, 이 목록의 다른 쪽 끝에는 살던 집을 잃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경매를 공부하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오늘은 배운 것보다 마음이 무거운 게 더 컸습니다.
정리 — 목록에서 이 문구를 보면
| 문구 | 뜻 |
| 「전세사기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음」 | 아직 신고 전. 행사되면 최고가를 써도 밀린다 |
| 「우선매수신고서 제출」 + 날짜 | 이미 서류가 들어갔다 |
| 「우선매수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게 양도되었음」 | LH가 매입할 수 있다 |
| 「재매각. 매수신청보증금 최저매각가격의 20%」 | 앞 낙찰자가 대금을 안 냈다 |
값이 싸 보인다고 덤빌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입찰해도 못 사는 경우가 제도로 정해져 있는 물건입니다.
저는 이런 물건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느냐를 따지기 전에, 그 집에 살던 사람이 되찾을 권리를 법이 먼저 주고 있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 대한민국 법원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2026.09.09 조회 — 사건내역·물건내역·물건비고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법 조항 설명은 일반적인 내용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절차는 담당 경매계와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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