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안산 빌라를 찾다가 한 건물 43호실이 통째로 경매에 나온 사건을 만났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계속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그럼 이런 물건이 전국에 몇 건이나 있을까.
찾아봐도 그 숫자를 알려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뉴스는 피해자 이야기를 쓰고, 정부 발표는 「피해자 결정 건수」를 셉니다. 제가 궁금한 건 다른 것이었습니다. 지금 법원 경매 목록에, 전세사기라고 적힌 집이 몇 채 올라와 있나.
그래서 직접 셌습니다.
어떻게 셌나
법원경매정보에는 전국 60개 법원(지방법원 18곳, 지원 42곳)이 있습니다. 그 전부를 돌면서 주거용 건물 목록을 받아, 각 물건의 「물건비고」에 「전세사기」가 적혀 있는지를 봤습니다.
기준은 이렇게 잡았습니다.
| 항목 | 내용 |
| 조회일 | 2026년 9월 9일 |
| 매각기일 범위 | 2026.09.09 ~ 11.08 (2개월) |
| 법원 | 전국 60곳 전부 |
| 용도 | 건물 → 주거용건물 |
| 판별 | 물건비고에 「전세사기」 포함 |
여기서 한 번 크게 헛다리를 짚었습니다. 처음에는 「매각예정물건」 메뉴만 돌렸습니다. 법원 단위로 볼 수 있고 기간 제한도 넉넉해서 편했거든요. 그렇게 8,849건을 훑었는데, 결과를 보니 인천이 1건이었습니다. 미추홀구가 어떤 동네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이상하다는 걸 압니다.
메뉴 설명을 다시 읽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매각예정물건은 「공고되지 않은 물건」만 보여줍니다. 이미 공고가 나간 물건은 여기 안 나옵니다. 그래서 「물건상세검색」으로 10,491건을 다시 훑었습니다.
그쪽에서 큰 것들이 나왔습니다. 뒤에 나올 부산 37호실 건물도, 안산의 또 다른 건물도 전부 이 두 번째 조회에서만 잡혔습니다. 한 쪽만 봤으면 절반을 놓칠 뻔했습니다.
합쳐서 19,340건을 보고, 중복을 걸러낸 결과입니다.


176건, 그리고 경기와 부산이 80%
물건 176건 · 사건 77건이었습니다.
주거용 매물 19,340건 중 176건이니 0.9%입니다. 백 채 중 한 채꼴이라고 하면 적어 보이는데, 목록을 넘기다 보면 체감은 전혀 다릅니다. 뭉쳐 있기 때문입니다.
| 시도 | 물건 수 |
| 경기도 | 76 |
| 부산광역시 | 65 |
| 광주광역시 | 15 |
| 대구광역시 | 6 |
| 전라남도 | 5 |
| 인천 · 강원 · 경북 | 각 2 |
| 대전 · 울산 · 경남 | 각 1 |
| 서울특별시 | 0 |
경기 76 + 부산 65 = 141건. 전체의 80%입니다.
저는 이 표를 만들어 놓고 한참 봤습니다. 서울이 0이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0건을 그냥 믿지 않고 다시 봤습니다
0이라는 숫자는 대개 세는 방법이 틀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확인했습니다.
서울중앙·서울남부·서울서부 세 법원의 주거용 물건 912건 전부를 다시 열어, 비고에 「우선매수」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찾았습니다. 이 단어는 전세사기 물건이면 거의 반드시 나옵니다.
7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일곱 건 모두 「공유자우선매수」였습니다. 지분으로 나온 물건에서 다른 공유자가 먼저 살 수 있다는, 전세사기와 상관없는 조항입니다.
지분매각, 공유자의 우선매수권 1회 제한
즉 서울 법원이 문구를 안 적는 게 아니라, 이 기간에 그런 매물이 없었습니다. 다만 「전세사기」와 「우선매수」 두 단어를 모두 피한 다른 표현까지 뒤지지는 못했으니, 완전히 없다고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확인필요].
176건 중 97건이 건물 네 채입니다
사건 77건 중 69건이 한 호실짜리입니다. 나머지 8건에 107호실이 몰려 있고, 그중 네 사건에 97호실이 들어 있습니다. 전체의 55%입니다.
| 법원 · 사건 | 호실 | 감정 합계 | 최저 | 건물 |
| 부산 동부지원 2023타경111594 (경매3계) | 37 | 68.1억 | 47.7억 (70%) | 이븐 · 수영구 광안동 |
| 안산지원 2023타경60281 (경매10계) | 24 | 33.9억 | 23.7억 (70%) | 도원스위트빌2 · 단원구 선부동 |
| 안산지원 2024타경50496 (경매1계) | 18 | 16.7억 | 6.0억 (36%) | 도원스위트빌 · 단원구 선부동 |
| 부산 동부지원 2024타경102320 (경매3계) | 18 | 45.5억 | 45.5억 (100%) | 케이디스페이스알파286 · 남구 대연동 |
부산 광안동 이븐은 37호실입니다. 전용 17.5~24.8㎡짜리 원룸이 다세대 열두 채, 오피스텔 스물다섯 채로 섞여 있고, 두 번 유찰돼 감정가의 70%입니다. 매각기일이 2026년 9월 21일입니다.
남구 대연동 케이디스페이스알파286은 18호실인데 아직 한 번도 안 떨어진 신건이라 최저가가 감정가 그대로 45억 5,000만 원입니다. 이쪽도 기일이 9월 21일입니다. 같은 날 같은 법정에서 55호실이 한꺼번에 올라갑니다.
안산에는 같은 이름의 건물이 둘이었습니다
이게 오늘 제일 놀란 부분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다룬 건물은 도원스위트빌2(2023타경60281)였습니다. 그런데 목록에 도원스위트빌이 또 있었습니다. 1차 건물이 따로, 2024타경50496으로 18호실 나와 있었습니다.
| 도원스위트빌 (1차) | 도원스위트빌2 | |
| 사건 | 2024타경50496 (경매1계) | 2023타경60281 (경매10계) |
| 전세사기 문구 호실 | 18 | 24 (전체 43호실 중) |
| 최저가 | 감정가의 36% · 4회 유찰 | 감정가의 70% · 2회 유찰 |
| 매각기일 | 2026.09.17 | 2026.10.06 |
| LH로 넘어간 호실 | 16 | 16 |
두 건물을 합치면 42호실입니다. 같은 동네, 비슷한 이름의 건물 두 채에서 마흰두 집이 한꺼번에 나와 있습니다.
1차 쪽은 네 번 유찰돼 36%까지 내려왔습니다. 21.45㎡ 원룸의 감정가가 8,100만 원인데 최저가가 2,778만 원입니다. 값만 보면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 열여덟 중 열여섯 호실이 이미 LH로 우선매수권이 넘어가 있습니다.
문구는 법원마다 다릅니다 — 지난 글을 고칩니다
비고 176건을 유형별로 갈라 봤습니다.
| 유형 | 건수 |
| 우선매수권 표기 없이 「전세사기」만 언급 | 107 |
| LH로 양도 | 38 |
| 「행사할 수 있음」 | 18 |
| 「우선매수신고서 제출」 | 7 |
| 행사 가능 + 재매각 | 4 |
| 기타 | 2 |
107건이 「표기 없음」으로 잡혀서 이상하다 싶어 원문을 열어봤더니, 없는 게 아니라 말이 달랐습니다.
매수인이 전세사기피해자인 경우 우선매수권은 1회에 한함
특별매각조건(전세사기피해자의 우선매수권 행사 1회로 제한)
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통지서를 제출함
지난 글에서 저는 도원스위트빌2를 보고 「이 사건 비고에는 1회 제한 문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그건 그 사건에 한해서는 맞지만, 일반화하면 틀립니다. 부산 동부지원은 65건 전부에 「1회에 한함」을 붙여 놓았습니다. 안산은 안 붙이고 부산은 붙입니다.
법원마다 쓰는 방식이 다릅니다. 문구가 없다고 제한이 없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이건 목록만 봐서는 알 수 없고, 그 사건의 매각물건명세서를 봐야 합니다.
세면서 조심한 것 하나
물건비고를 읽다가 손이 멈춘 데가 있었습니다. 피해자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는 사건이 여럿이었습니다. 누구와 누구가 전세사기피해자이고, 그중 한 명은 미성년자라 법정대리인이 있다는 것까지요.
법원 공고니까 공개된 정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 이름들을 제 글에 옆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해 둔 파일에도 이름이 든 원문은 저장하지 않았습니다. 유형만 남겼습니다.
사남매아빠의 시선
숫자를 다 세고 나서 표를 다시 봤습니다. 176건 중 97건이 건물 네 채. 그러니까 이 숫자는 「전국에 골고루 176건」이 아니라 「몇 군데에 무더기로」라는 뜻이었습니다. 안산 선부동 두 채에 마흰두 집, 부산 광안동과 대연동에 쉰다섯 집.
저는 여섯 식구 살 집을 찾느라 몇 달째 이 목록을 넘기고 있습니다. 넓은 집을 찾으면 외곽으로 밀리고, 외곽이면 학교가 멀어지고, 그런 걸 재면서요. 그런데 오늘 쌄 건 집을 잃은 쪽의 숫자였습니다. 같은 목록인데 반대편에서 세면 이런 게 나옵니다. 9월 17일과 21일에는 하루에 수십 집이 한 법정에서 넘어갑니다. 아이 재우고 이 표를 만들다가, 세는 일이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정리 — 목록에서 이 숫자를 어떻게 쓸까
- 한 건물에서 같은 주소가 반복되면 사건번호를 보십시오. 통째로 나온 물건입니다
- 경기·부산·광주 목록을 볼 때는 비고를 특히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전체의 88%가 이 세 곳입니다
- 「전세사기」가 안 적혀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법원마다 표기가 다릅니다
- 값이 싸 보이는 것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36%까지 내려온 물건의 열여섯 호실은 이미 LH 몫입니다
우선매수권이 어떻게 작동하고 입찰자에게 무슨 뜻인지는 지난 글에 정리해 둑습니다. 이 글은 그 뒤에 「그래서 몇 건인가」를 센 기록입니다.
다음에는 우선매수권이 붙은 물건에 실제로 입찰하면 어떻게 되는지, 「1회 제한」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 이 사건들을 법원에서 직접 확인하려면 —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 경매물건 → 경매사건검색 → 안산지원 / 2024 / 50496 (경매1계) · 부산동부지원 / 2023 / 111594 (경매3계) · 부산동부지원 / 2024 / 102320 (경매3계) — 법원 선택칸에는 이 이름 그대로 나옵니다
※ 출처: 대한민국 법원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2026.09.09 조회. 전국 60개 법원의 주거용 물건 19,340건을 물건상세검색·매각예정물건 두 경로로 받아 물건비고를 대조한 결과이며, 조회 시점과 매각기일 범위(2026.09.09~11.08)에 따른 숫자입니다. 제도에 관한 서술은 제가 공부하며 정리한 범위이고 자문이 아니니, 개별 사건은 담당 경매계와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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