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을 훑다가 숫자를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감정가 1억 9,400만 원짜리 다세대주택인데 다음 기일 최저가가 92만 1,000원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감정가의 0.47%입니다. 매수신청보증금은 9만 2,100원이고요.
더 이상했던 건 물건비고가 비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런 물건에는 「건물만 매각」이나 「대항력 있는 임차인」 같은 문구가 붙어 있는데, 목록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열어 봤습니다. 답은 명세서에 있었고, 생각보다 깔끔한 이야기였습니다.

물건부터 보면 멀쩡합니다
경기도 광주시 새말길167번길 7-4, 지번으로는 신현동 566-10입니다. 현대그린빌 103동 1층 102호.
| 항목 | 내용 |
| 전용면적 | 54.665㎡ (약 16.5평) |
| 사용승인 | 2014.05.15 |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경사지붕 지상4층 중 1층 |
| 이용상태 | 방3, 거실, 주방/식당, 욕실2, 다용도실, 현관 |
| 설비 | 도시가스 난방, 위생 급배수, 공용현관 CCTV |
| 창호 | PVC 이중창 |
| 대지권 | 667분의 61.0184 (소유권) |
준공 12년 된 집에 방이 셋, 욕실이 둘입니다. 감정평가서의 내부구조도를 보니 남쪽에 안방·거실·방1이 나란히 붙어 있고 각각 확장형 발코니가 딸려 있더군요. 1층인데 채광면이 셋입니다. 북쪽에 방2와 주방/식당, 다용도실이 있고요.
사진으로 본 건물도 벽돌 외벽에 관리 상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1층 아래가 필로티 주차장이고, 조사 당시 세대 현관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물건이 나빠서 92만원이 된 게 아닙니다.
19번 잡히고 16번 유찰됐습니다
기일내역을 열어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 기일 | 최저매각가격 | 결과 |
| 2024.04.08 | 1억 9,400만 | 유찰 |
| 2024.05.13 | 1억 3,580만 | 유찰 |
| 2024.06.17 | 9,506만 | 유찰 |
| 2024.07.22 | 6,654만 | 변경 |
| 2025.01.06 | 6,654만 | 변경 |
| 2025.06.16 | 6,654만 | 유찰 |
| 2025.07.21 | 4,657만 | 유찰 |
| 2025.08.25 | 3,260만 | 유찰 |
| 2025.09.29 | 2,282만 | 유찰 |
| 2025.11.03 | 1,597만 | 유찰 |
| 2025.12.08 | 1,597만 | 유찰 |
| 2026.01.19 | 1,118만 | 유찰 |
| 2026.02.23 | 782만 | 유찰 |
| 2026.03.30 | 548만 | 유찰 |
| 2026.05.04 | 383만 | 유찰 |
| 2026.06.08 | 268만 | 유찰 |
| 2026.07.13 | 188만 | 유찰 |
| 2026.08.14 | 131만 | 유찰 |
| 2026.09.21 | 92만 | 예정 |
성남지원은 저감률이 30%입니다. 한 번 유찰될 때마다 70%로 내려가니 열여섯 번이면 이렇게 됩니다.
그런데 명세서 2면을 보니 법원이 앞으로 네 번의 기일을 미리 공고해 뒀습니다.
| 회차 | 기일 | 최저매각가격 |
| 1회 | 2026.09.21 | 921,000 |
| 2회 | 2026.10.26 | 645,000 |
| 3회 | 2026.11.30 | 452,000 |
| 4회 | 2027.01.18 | 316,000 |
2027년 1월에 31만 6천원까지 내려가는 일정이 이미 잡혀 있습니다. 법원도 안 팔릴 걸 알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명세서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2026.08.24 작성)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을구 11번 임차권등기(임대차보증금 170,000,000원, 전입일자 2021.04.30., 확정일자 2021.03.30.)가 있으므로 배당에서 전액 변제되지 아니하면 잔액을 매수인이 인수함
날짜 세 개만 나란히 놓으면 판정이 끝납니다.
| 항목 | 일자 |
| 임차인 확정일자 | 2021.03.30 |
| 임차인 전입신고 | 2021.04.30 → 대항력 발생 2021.05.01 0시 |
| 최선순위 설정 (압류) | 2022.03.15 |
임차인이 열 달 앞섭니다. 그러니 매각으로 임차권이 사라지지 않고, 배당받지 못한 잔액을 낙찰자가 떠안습니다.
여기서 눈에 걸린 게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 (근)저당권이 아예 없습니다. 최선순위가 압류예요. 담보대출 없이 전세만 얹혀 있던 집입니다
- 사건이 강제경매입니다. 임차인이 보증금반환 소송에서 이겨(성남지원 2023가단211887) 판결로 경매를 넣었습니다. 신청채권자와 임차인이 같은 사람입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도 해당이 없습니다. 경기 광주시는 보증금 8,500만 원 이하일 때만 적용되는데 여기는 1억 7,000만 원이니까요.
92만원이 아니라 1억 7,092만원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을 계산해 봤습니다.
실질 매수가 = 낙찰가 + 인수하는 보증금
| 회차 | 최저가 | 인수액 | 실질 매수가 |
| 1회 (9/21) | 921,000 | 170,000,000 | 170,921,000 |
| 2회 (10/26) | 645,000 | 170,000,000 | 170,645,000 |
| 4회 (2027.01) | 316,000 | 170,000,000 | 170,316,000 |
세 줄을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최저가가 0원에 수렴해도 실질 매수가는 1억 7,000만 원에서 멈춥니다.
유찰은 보통 값을 깎아 주는 장치인데, 이 물건에서는 그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깎이는 건 92만원 쪽이고 1억 7,000만 원 쪽은 그대로니까요. 회차를 백 번 돌려도 구조가 안 바뀝니다.
열여섯 번 유찰된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시세는 그보다 아래입니다
그럼 1억 7,000만 원이 비싼 값인지 봐야겠지요. 국토교통부 실거래를 받아 대조했습니다.
같은 건물 거래가 한 건 있었습니다.
| 물건 | 시점 | 전용 | 금액 | ㎡당 |
| 현대그린빌 105동 4층 | 2025.11 | 56.10㎡ | 1억 4,800만 | 264만 |
감정평가서에 실린 사례와 겹쳐 보면 낙폭이 보입니다. 같은 105동 56.1㎡가 2022년 11월에는 2억 5,000만 원이었습니다. 3년 만에 41%가 빠진 셈입니다. 동과 층이 다르고 표본이 한 건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필요].
동네 전체로도 봤습니다. 신현동 전용 50~60㎡ 중개거래가 1년 동안 87건 있었고, ㎡당 중앙값은 306만원이었습니다.
| 기준 | 본건 54.665㎡ 환산 |
| 감정가 (2023.08) | 1억 9,400만 |
| 인수해야 할 보증금 | 1억 7,000만 |
| 신현동 중앙값 306만/㎡ | 약 1억 6,700만 |
| 현대그린빌 실거래 264만/㎡ | 약 1억 4,400만 |
어느 기준으로 봐도 인수액이 집값 이상입니다. 동네 중앙값으로 쳐도 300만원 비싸고, 같은 건물 실거래로 치면 2,600만원 비쌉니다. 여기에 취득세·명도비·체납관리비가 더 붙고요.
조사하다 걸린 것 세 가지
① 감정평가서 사례 D가 이 집 자신이었습니다
감정평가서의 거래사례표를 보다가 네 번째 줄에서 멈췄습니다. 소재지가 566-10, 103동 1층 102호 — 본건 그 자체였습니다. 비고에 「본건 평가사례(공매)」라고 적혀 있고, 2023년 7월 4일 기준 1억 9,500만 원입니다.
경매 개시가 2023년 8월 2일이니 한 달 전에 공매 평가도 받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② 입주 당시 전세가율이 85%였습니다
같은 표의 사례 A는 같은 동 401호가 2021년 9월에 2억원에 거래된 건입니다. 임차인이 들어온 게 2021년 4월이니 거의 같은 시기죠.
보증금 1억 7,000만 ÷ 시세 2억 = 85%. 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증금이 집값을 넘는 자리였습니다.
③ 11개월 공백은 항고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기일이 두 번 변경되면서 1년 가까이 멈춰 있었습니다. 처음엔 항고가 걸렸나 싶었는데 항고내역은 비어 있더군요.
문건접수내역을 보니 2024.07.09과 2024.12.18에 채권자가 기일연기를 신청했습니다. 신청채권자가 곧 임차인이니, 그 사이 뭔가 다른 해결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확인필요].
입지와 규제
감정평가요항표에 적힌 것을 옮깁니다.
- 신현3리 마을회관 북서측 인근. 다세대·연립, 단독·다가구, 근린생활시설이 섞인 동네
- 차량 진출입 가능, 인근에 버스정류장
- 남동측으로 노폭 약 4m 포장도로와 접함
- 완경사지를 평탄화한 자루형 토지
- 용도지역: 계획관리지역 · 성장관리계획구역 · 가축사육제한구역 · 배출시설설치제한지역 · 자연보전권역 · 특별대책지역
뒤쪽 규제 목록이 길죠. 팔당 수계 쪽이라 그렇습니다. 당장 살기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증축이나 재건축을 생각한다면 확인할 게 많은 지역입니다.
체크포인트
- 인수 보증금 1억 7,000만 원이 이 물건의 전부입니다. 최저가는 사실상 장식입니다
- 임차인이 신청채권자 본인입니다. 배당으로 회수가 안 되니 경매를 계속 끌고 가는 구조이고, 낙찰자가 나타나면 인수 조건으로 보증금을 받게 됩니다
- 당해세 규모가 공개되지 않습니다. 분당세무서 압류와 광주시 교부청구가 들어와 있습니다
- 현대그린빌 최근 실거래가 한 건뿐입니다. 105동·4층이라 본건(103동 1층)과 직접 비교는 무리입니다
- 등기부는 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입찰을 검토한다면 700원을 써서 확인해야 합니다
- 1층·필로티 구조라 침수·방범은 현장에서 봐야 압니다
사남매아빠의 시선
목록에서 92만원을 봤을 때 솔직히 잠깐 설렜습니다. 아이 넷 키우면서 적은 돈으로 뭘 해 볼 수 있을까 싶어 물건을 뒤지는 입장이니까요. 방 셋에 욕실 둘, 2014년 준공이라는 줄을 읽었을 땐 더 그랬고요.
그런데 명세서를 열고 5분 만에 정리됐습니다. 이 집은 싼 게 아니라 값이 내려갈 수 없는 집이었습니다.
배운 건 이겁니다. 목록에 비고가 없다고 깨끗한 물건이 아닙니다. 이 물건의 비고란은 비어 있었고, 정작 전부를 결정하는 한 줄은 명세서 안에 있었습니다. 목록은 「열어 볼까」를 정하는 화면이지 판단하는 화면이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했어요.
그리고 하나 더. 싸 보이는 값일수록 왜 싼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감정가의 0.47%까지 내려온 물건 앞에서 「싸다」는 감각이 먼저 오는데, 그 감각이 제일 위험했습니다.
정리
- 감정가 1억 9,400만 원, 다음 기일 최저가 92만 1,000원(0.47%), 16회 유찰입니다
- 물건 자체는 멀쩡합니다 — 2014년 준공, 전용 54.665㎡, 방3·욕실2·도시가스·CCTV
-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 1억 7,000만 원을 낙찰자가 인수합니다. 전입 2021.04.30이 최선순위 압류 2022.03.15보다 앞섭니다
- 실질 매수가 = 낙찰가 + 1억 7,000만 원. 최저가가 0원이 돼도 1억 7,000만 원에서 멈춥니다
- 그런데 추정 시세는 1억 4,400만~1억 6,700만 원입니다. 인수액이 집값 이상입니다
- 법원은 2027년 1월 31만 6천원까지 기일을 미리 잡아 뒀습니다
입찰 정보
| 항목 | 내용 |
| 사건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타경61207 · 경매5계 |
| 매각기일 | 2026.09.21(월) 10:00 제3별관 1층 제5호법정 |
| 매각결정기일 | 2026.09.28(월) 16:00 |
| 최저매각가격 | 921,000원 |
| 매수신청보증금 | 92,100원 |
| 소재지 | 경기도 광주시 새말길167번길 7-4 103동 1층102호 (신현동, 현대그린빌) |
※ 이 사건을 법원에서 직접 확인하려면 —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 경매물건 → 경매사건검색 → 성남지원 / 2023 / 61207 (경매5계)
대항력·인수 계산이 왜 이렇게 되는지는 면적이 틀렸던 두 건과 매각예정물건 검색 글에도 조금씩 적어 뒀습니다. 같은 광주시 이야기는 능평동 글에 있습니다.
※ 출처: 대한민국 법원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2026.09.11 조회 — 사건내역·기일내역·문건/송달내역·물건상세·감정평가요항표. 매각물건명세서는 2026.08.24 작성분, 감정평가서는 감정평가법인 공감(주) G02-230807-001(가격기준일 2023.08.14)입니다. 실거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에서 2026.09.11 내려받은 광주시 연립·다세대 매매 자료 중 중개거래만 집계했습니다. 수치는 조회 시점 기준이며 취하·변경·기일연기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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