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넷이다 보니 집을 볼 때 제일 먼저 세는 게 방 개수입니다. 부부 방 하나, 아이들 둘씩 나눠 써도 방 셋은 있어야 하고, 넷이 크면서는 그것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전용 100㎡ 이상으로 조건을 걸고 경기도 아파트 공고 400건을 훑어봤어요. 84㎡ 넘는 게 164건, 100㎡ 넘는 건 그보다 훨씬 적더라고요.
그중에서 용인 처인구로 좁히자 남은 게 딱 한 건이었습니다. 역북동의 115㎡짜리 빌라인데, 최저가가 1억 7,850만 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이상할 정도로 쌉니다. 왜 싼지 찾아보는 데 반나절이 걸렸고, 결론은 아직 모른다였습니다. 그 과정을 그대로 적어 둡니다.



처인구에서 100㎡ 넘는 물건은 이 집뿐이었습니다
법원경매정보에서 처인구 주거용 건물을 전부 뽑으면 66건이 나옵니다. 그중 전용 84㎡를 넘는 건 네 건이고, 100㎡를 넘는 건 이 집 하나입니다. 나머지 셋은 84㎡대라 방 셋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 사건번호 | 수원지방법원 2025타경54693 (경매5계) |
| 소재지 |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454-39 501호 |
| 면적·구조 | 전용 115.24㎡ · 다세대주택 · 지상 5층 건물의 5층 · 19세대 |
| 사용승인 | 2002.10.17 (24년차) |
| 감정가 | 2억 5,500만 원 |
| 최저가 | 1억 7,850만 원 (70%) · 보증금 1,785만 원 |
| 매각기일 | 2026.09.16 10:00 · 광교 신청사 101호 법정 |
| 청구금액 | 6,110만 원 |
115㎡면 35평 정도입니다. 같은 처인구 아파트가 84㎡에 3억 9,000만 원인 걸 생각하면 면적은 넓고 값은 절반 아래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물건입니다.
다섯 번 중 네 번 유찰됐고, 24%까지 내려갔습니다
기일 이력을 보고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 기일 | 최저가 | 감정가 대비 | 결과 |
| 2026.03.20 | 2억 5,500만 | 100% | 유찰 |
| 2026.04.21 | 1억 7,850만 | 70% | 유찰 |
| 2026.05.27 | 1억 2,495만 | 49% | 유찰 |
| 2026.07.03 | 8,747만 | 34% | 유찰 |
| 2026.08.14 | 6,123만 | 24% | 변경 |
| 2026.09.16 | 1억 7,850만 | 70% | 예정 |
감정가의 24%, 그러니까 6,123만 원까지 내려갔는데도 아무도 사지 않았습니다. 115㎡짜리 집을 6천만 원에 살 기회를 다섯 번이나 지나쳤다면, 지나친 쪽이 뭔가를 본 겁니다. 그리고 8월 14일에 기일이 변경되면서 최저가가 감정가로 되돌아갔습니다. 유동화회사가 그 직전에 사실조회와 보정명령을 신청했더라고요. 절차가 다시 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입일이 2004년 1월 7일이었습니다
현황조사서를 열자 답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이 집에 임차인으로 등재된 사람의 전입일이 2004년 1월 7일입니다. 건물 사용승인이 2002년 10월이니 거의 처음부터 20년 넘게 살고 있는 셈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대항력은 전입신고와 점유를 갖춘 다음 날 0시에 생깁니다. 2004년에 생긴 대항력보다 앞선 근저당이 이 집에 걸려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낙찰자에게 계약 기간까지 살겠고 보증금도 당신에게 받겠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문제는 그 보증금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현황조사서의 임차인 표에서 채워진 칸은 넷뿐이었습니다.
| 용도 | 주거 |
| 전입일자 | 2004.01.07 |
| 보증금 | 공란 |
| 확정일자 | 공란 |
| 점유기간 | 공란 |
집행관이 갔을 때 문이 잠겨 있었고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계약 내용을 확인한 적이 없고, 전입세대확인서에 있는 이름과 날짜만 옮겨 적은 겁니다. 조사서에는 소유자 세대와 그 외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일단 그 외 세대를 임차인으로 등재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문건 목록에서 확인한 두 가지
보증금을 알 수 없으니 다른 각도로 파봤습니다. 법원경매정보의 문건/송달내역에는 이 사건에 접수된 서류 70건이 날짜순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첫째, 유치권 신고가 없습니다. 70건 어디에도 관련 문건이 없어서 그 걱정은 지웠습니다.
둘째,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2025년 3월 19일 임차인통지서를 보냈고 3월 24일 본인에게 도달했습니다. 배당요구를 하려면 5월 7일까지 신청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아무것도 내지 않았습니다. 배당요구서를 낸 사람은 임차인이 아닌 별개의 채권자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반대 두 갈래로 갈립니다
배당요구를 안 했다는 사실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를 뜻할 수 있습니다.
| 해석 | 근거 | 낙찰자에게 |
| 진짜 임차인이 아니다 | 소유자 세대와 함께 거주한다고 기재됨. 5층에 세대 출입문이 하나뿐이고 호실 표시도 없었음. 받을 보증금이 없으니 요구할 것도 없다 | 인수 금액 0. 명도만 하면 된다 |
| 대항력을 믿고 인수를 택했다 | 확정일자가 없으면 배당 순위가 없다. 배당에서 조금 받느니 낙찰자에게 전액 받는 편이 유리하다 | 보증금 전액 인수. 액수를 모른다 |
뒤쪽이라면 다섯 번의 유찰이 설명됩니다. 앞쪽이라면 시장이 겁먹어 지나친 것이고, 지금 1억 7,850만 원은 싼 값입니다. 저는 아직 어느 쪽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가르는 건 매각물건명세서입니다. 매각기일 1주 전에 공개되니 9월 9일쯤 나옵니다. 거기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인 란과 비고란을 보면 끝납니다. 그때까지는 누구도 이 물건의 값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명지대역까지 7분인데, 5층까지 계단입니다
권리는 접어두고 살기에 어떤지만 봤습니다. 카카오맵으로 걸어서 재봤어요.
| 명지대역 (에버라인) | 도보 7분 · 469m |
| 용인중학교 | 도보 11분 · 769m |
| 역북초등학교 | 도보 12분 · 714m |
| 서룡초등학교 | 도보 14분 · 857m (육교 1회) |
| 이마트 용인점 | 도보 24분 · 1.4km |
역까지 7분은 처인구 물건 중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재미있는 건 학교였습니다. 이 집 주소는 역북동인데, 역북동에 있는 서룡초보다 김량장동에 있는 역북초가 더 가깝습니다. 지번이 같은 동이라고 가까운 게 아니더라고요. 서룡초는 육교를 한 번 건너야 해서 저학년 혼자 보내기는 망설여집니다. 배정 학교는 학구도로 따로 확인해야 하니 여기 적은 건 거리일 뿐입니다.
사남매 아빠 입장에서 걸리는 건 따로 있습니다. 지상 5층 건물인데 승강기가 없고, 이 집이 5층입니다. 지하주차장도 없어서 19세대가 지상에 세워야 하고, 앞 도로는 폭 4미터입니다. 아이 넷을 키우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립니다. 유모차, 장 본 짐, 자전거, 등하교. 넓은 집을 싸게 얻는 대신 매일 5층 계단을 오르는 거래인데, 이건 살아보기 전에는 감이 안 옵니다. 넓이만 보고 덤빌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것과 순서
이 물건을 계속 볼 거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9월 9일쯤 올라오는 매각물건명세서입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인지, 보증금이 얼마인지가 여기서 나오고 사실상 이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다음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인데 인터넷등기소에서 700원이면 뗍니다. 근저당 설정일이 2004년보다 뒤면 대항력이 확정됩니다. 그리고 전입세대확인서는 입찰하려는 사람 자격으로 주민센터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세대주 이름을 보면 소유자와 가족인지 짐작이 됩니다.
현장에서는 계단 상태, 실제 주차 대수, 5층에 정말 한 집만 있는지, 미납 관리비를 봐야 합니다. 다만 점유자 집 벨은 누르지 않는 게 맞습니다. 명도 이야기는 낙찰 후의 일이고, 그전에 찾아가면 서로 곤란해집니다.
대항력이 무엇이고 왜 어떤 임차인은 인수되고 어떤 임차인은 안 되는지는 이 글에 사례로 정리해 뒀습니다. 이번 물건은 그 글에서 다룬 확약서가 없는 경우라 훨씬 까다롭습니다.
※ 이 사건을 법원에서 직접 확인하려면 — 법원경매정보(courtauction.go.kr) → 경매물건 → 경매사건검색 → 수원지방법원 / 2025 / 54693 (경매5계)
자료 출처: 법원경매정보(사건내역·기일내역·현황조사서·감정평가요항표·문건송달내역, 2026.09.03 조회), 디스코, 카카오맵 실측. 사진은 법원 현황조사서 첨부분입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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